지역 이야기

자전거가 설 곳 없는 경기도 자전거도로

소중한나날들 2012. 9. 17. 17:23

자전거가 설 곳 없는 경기도 자전거도로

【기획취재】경기도, 자전거 얼마나 타봤니? ①
총 3부의 시리즈 기사로 도내 자전거 이용 활성화 정책에 대해 조망
지난 2011년, 경기도는 종합개발계획을 통해 경기도 발전의 청사진을 그렸다. 그 내용 중에는 자동차 위주의 교통체계와 그로 인해 과도하게 높아진 승용차 의존도를 지적하며 무동력 친환경 교통수단인 자전거 이용을 활성화 하겠다는 계획이 포함되어 있었다. 해당 내용에서는 현행 자전거 도로 대부분이 보도를 양분한 것으로 현실적인 이용가치가 없고 되려 위협요인이 된다고 밝힌 바 있다. 그에 따라 경기도는 자전거를 자동차와 동등한 교통수단으로 격상하고 타 수단과 충돌없는 안전한 전용차로와 신호를 설치하며 도내 전 지역을 연결하는 방사형, 환상형 자전거도로망을 구축하겠다고 밝혔으며, 도내 많은 시군이 자전거 중심의 녹색교통도시를 표방하였다.

경기도대학생기자단 교통분과장 오세성 기자는 경기도 종합개발계획이 2012년 2월 국토부의 최종 승인을 받고 시행 6개월이 되어가는 지금, 이 계획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점검해 보았다. 이번 특별 기획시리즈는 총 3부의 기사로 도내 자전거 이용 활성화 정책에 대해 간략하게 조망하고자한다.
1부와 2부에 걸쳐 차도와 보도에 설치된 자전거도로와 하천변에 설치된 자전거도로의 하드웨어적 측면을 점검하고 3부를 통해 시·도 주민을 대상으로 한 자전거 이용에 관련한 교통안전교육의 소프트웨어적 측면을 검토할 예정이다. 본 기획시리즈를 통해 경기도의 자전거 이용 활성화 정책이 보다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가길 바란다.(편집자 주)



◇ 불법 주차가 되어있는 안양시 자전거도로.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자전거도로의 모습이다. ⓒ 오세성 기자


고유가 시대를 맞아 ‘자출(자전거를 이용한 출퇴근)’이 인기를 얻고, 자전거 이용자가 많아짐에 따라 자전거의 이용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한 논의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이야기 중 하나가 “자전거가 자전거도로를 두고 왜 차도로 다니느냐”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자전거는 차도로 다닐 수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는 것이 “자전거도로’는 정말로 자전거가 다닐 수 있는 도로인가?” 하는 문제이다. 자전거가 다니라는 자전거도로는 정말 자전거를 위한 도로일까?

◇ 자전거는 자전거도로에서만 타라는 주장으로 네티즌들의 비난을 받은 교통안전공단 블로그 게시물. 드래그를 해야만 해당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다. ⓒ 오세성 기자


지난 4월, 교통안전공단은 자신들이 운영하는 블로그를 통하여 자전거의 주행에 대한 안내를 했었다. 하지만 내용 중에 ‘자전거는 자전거도로에서만 타야 합니다. 지키지 않을 때에는 자동차와 똑같이 적용되어 처벌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합시다’라는 문구를 숨겨두었다가 네티즌들에게 발견되어 호된 질타를 받은바 있다. 해당 문구는 ‘자전거가 차와 동등한 지위를 가지고 있다’는 내용의 게시물 맨 마지막에 드래그를 해야만 보이도록 저장되어 있었다. 이를 발견한 네티즌들의 항의가 계속되자 교통안전공단 블로그는 별도의 정정없이 해당 게시물을 삭제했다.

◇ 上) 군포시 자전거도로 사진. 전신주, 가로수, 버스정류장, 차량으로 막혀있어 정상적인 사용이 불가능하다. / 下) 인터넷에 올라와 화제가 되었던 용인시 자전거도로 사진. 약 4미터 간격으로 가로수가 자전거도로를 막고 있다. ⓒ 오세성 기자


이렇듯, 교통안전을 담당하는 기관에서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자전거도로, 그 현황은 어떠할까? 결과는 의외였다. 자전거가 다닐 수 없는 자전거 도로가 더욱 많았던 것. 올해 초, 자전거도로와 보도를 정비했다는 용인시의 경우, 약 4미터 간격으로 자전거도로 중간에 가로수가 심어놓아 많은 이용자로부터 호된 질타를 받은 바 있다. 또한 군포시의 경우 자전거 도로 한 가운데에 전봇대와 가로등, 가로수, 버스정류장 등이 들어서 있었다. 시내 상당부분이 비슷한 상황이었으며, 노면상태도 움푹 팬 곳이 많고 포장이 벗겨지는 등 몹시 불량하여 자전거로 이용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도로였다. 수원시와 안양시의 경우 자전거도로는 잘 설치하였지만 보도와의 분리가 이뤄지지 않아 보행자들이 이용하는가하면, 상점들에서 적치물을 쌓아두는 등 실질적으로 자전거가 이용하기 어려운 상태였다. 어떤 시민단체는 자전거 도로 위에 홍보물과 서명을 받기 위한 책상까지 놓아두고 있었다. 자전거를 타기 위해서는 순간 이동 능력이라도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일까?

◇ 上) 상가의 불법 적치물과 불법주차로 막혀버린 안양시 자전거도로. / 下) 시민단체에 의해 점거된 수원시 자전거도로. ⓒ 오세성 기자


파주시의 경우는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파주시 신촌동에서는 도로의 정확한 분리없이 자전거와 자동차가 함께 이용하도록 하고있는 것. 국토해양부 평화누리길 사업의 일환으로 5km에 걸쳐 조성된 이 도로는 법적 근거도 없는 자동차 자전거 공용도로로써, 자동차와 자전거의 충돌사고가 우려되는 구간이다. 해당 구간을 지나는 대다수의 자동차는 자전거도로를 침범하여 주행하였으며, 한 SUV차량은 자전거도로에 침범하여 경적을 울리며 자전거 이용자를 길 밖으로 밀어내어 사고를 유발할 수 있는 상황을 보이기도 하였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이러한 도로를 건설한 부서가 중앙정부기관인 국토해양부라는 것이다. 중앙기관에 의해 자전거이용자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는 꼴이다. 최근 해당 구간을 이관 받은 파주시는 전면 보수를 계획하고 있지만, 시 예산문제로 2013년에나 이뤄질 예정이다.

◇ 위험천만한 파주시 자전거도로. 흰색 차선을 기준으로 왼쪽이 자전거도로이고 오른쪽이 차도이다. 자동차의 차선침범 문제가 심각하여 상행하는 자전거와 하행하는 자동차 사이의 충돌사고 위험이 매우 높다. 또한 해당 지역에는 CCTV도 설치되지 않아 사고 예방 및 사후처리도 어려워 보인다. ⓒ 오세성 기자


이러한 자전거 도로들이 난립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자전거도로 계획과 건설을 모두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시행하고 있기 때문에 중구난방의 공사가 이뤄지는 것이다. 자전거도로 건설에 도비가 투입되지 않는 이상 지자체의 자전거도로 공사에 관여하기 어렵고, 도비를 투입하자니 그 예산을 감당할 수 없는 난국에 빠져있는 것이다. 또한 전국에서 가장 많은 노선수와 길이의 자전거도로를 보유한 경기도에서 자전거도로를 담당하는 도청 담당자가 세 명에 불과한 것도 큰 문제이다. 비슷한 성격의 부서인 서울시 보행자전거과 인력이 십여 명에 이르는 것을 감안한다면 이는 지나치게 적은 인력이라 할 수 있다. 도로교통국 자전거계에 근무했던 한 담당자는 “세 명이 배정되었더라도 종종 출장이나 교육 등의 사유로 공석이 발생하기 때문에 공문처리도 버거운 상황”이라며 인력충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자전거도로 계획과 건설에 있어 상위 담당기관이 북부는 국토해양부, 남부는 행정안전부로 이원화 되어있는 것도 문제였다. 결국 전문가들에 의해 통일된 체계를 구축하여 모든 공사를 감독, 지휘해야 수준 높은 자전거도로 네트워크가 구성될 것이나, 실상 경기도에는 자전거도로의 계획과 건설을 체계적으로 담당할 수 있는 시스템도, 그를 위한 예산도 없다는 것이다.

◇ 자전거도로 현황표. ⓒ 경기도


경기도 시군별 자전거도로 현황을 보면 체계적 관리가 미비함이 더욱 여실히 드러난다. 단순히 시군별 자전거도로 노선수와 연장 길이만 나타나 있는 표이지만 그 차이가 천차만별임을 쉽게 알 수 있다. 용인시의 경우 137개 노선을 운영하는 반면 그 이웃한 이천시는 44개 노선을 운영하고 있다. 연장 길이로 보자면 안산시는 246km를 운영하는 반면 그 이웃한 군포시는 61km를 운영하고 있다. 그나마도 도내 자전거도로는 대부분이 자전거 보행자 겸용도로로, 자전거 전용도로를 전혀 운영하지 않는 시군이 7군데이고, 자전거 전용차로의 경우 거의 대부분의 시군이 운영하지 않고 있었다. 각 지자체의 자전거 도로 계획과 건설이 각 지자체장의 권한으로 이루어지기에 도내에서도 많은 차이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렇듯, 제대로 된 계획과 관리 없이 중구난방 건설된 자전거 도로가 사용자의 편의까지 감안해 만들어지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자전거도로라고 표시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자전거도로가 아닌 가짜 자전거도로도 상당수 있다는 익명의 제보가 들어오기도 하였다. 지자체에서 자전거도로라 표시하였지만 경찰과 협의없이 줄만 그어놓아 실제로는 보행자도로인 곳들이 있다는 것. 이러한 경우 자전거와 보행자 사이에 사고가 발생할 경우 도로교통법에 따라 ‘차마’인 자전거가 보행자 전용인 보도에 무단 침범한 것으로 처리되기에 매우 심각한 문제가 된다. 하지만 경기지방경찰청 교통과에 문의한 결과, 경찰에서는 따로 등록 등을 통한 자전거도로DB 구축을 하지않고 있으며 모든 자료는 지자체장이 관리하기에 확인해줄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자전거도로 지정에 있어 경찰은 지자체장의 협의 요청에 대하여 형식상 응해주기만 하는 대상으로 실제적 권한이나 의무는 없었던 것. 부실한 자전거도로 지정을 억제, 감시해야 할 경찰이 아무런 권한을 가지지 못한다는 것은 큰 문제이다.

그렇다면, 자전거도로에 대안은 없는 것일까? 가장 많이 대두되는 논의가 자전거 전용차로 확장과 차도 이용이다. 이달 초, 안산시는 상록구 성포IC부터 42번 국도를 따라 자전거 전용차로를 구축했다. 안산시 녹색교통과 김병식 실무관은 “자전거가 인기를 얻음에 따라 시민들의 복지 증진과 시 이미지 향상을 위하여 ‘페달로 바람의 나라 자전거도로 정비사업’을 시행하였다”며, “기존에 방치되었던 갓길구간을 활용하여 비용부담도 적었고, 앞으로도 사용자 시각에서 정책지원에 힘써 자전거 이용 활성화를 위해 기여할 것”이라는 의지를 밝혔다.

◇ 시흥시 정왕동, 안산시 성포동, 선부동에 설치된 자전거전용차로. 정왕동과 성포동의 자전거전용차로는 최근 설치된 것이나, 하단에 있는 선부동 자전거전용차로는 1993년 완료된 안산1단계개발사업 당시 설치된 것이다. ⓒ 오세성 기자


안산시는 ‘페달로 바람의 나라 자전거도로 정비사업’을 통하여 안산의 명소를 둘러보는 4개의 자전거 투어 코스 구축을 완료하였다. 안산시 선부동에 거주하는 안효선(27) 씨는 “자전거 전용차로는 물론, 대부분의 횡단보도를 자전거 횡단보도로 전환하고 단절된 자전거도로들을 이어주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여준 덕분에 자전거를 이용하기 좋은 환경이 되었다”며 “자전거도로를 이용하다보면 안산시의 현장 중심, 사용자 중심의 노력을 체감하게 된다”고 소감을 밝혔다.

◇ 안산시 자전거도로의 상당 구간은 보행자도로와 분리되어있다. 안산시는 4개의 자전거도로 코스를 구축하였으며, 주요 횡단보도들에 대하여 자전거 횡단보도 전환을 완료하였다. 단절된 자전거도로 구간은 별도의 공사 없이 페인트로 연장표시만 하였지만, ‘자전거 이용자들을 배려하겠다는 의지가 보인다’며 시민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 안산시청


동호회 차원에서는 Share the Road 캠페인이 한창이다. 자전거 동호인 이재용 씨는 최근 차량용 Share the Road 캠페인 스티커를 동호인들에게 배포했다. 이재용 씨는 캠페인을 위해 나선 이유에 대하여 “지난 5월 상주시청 사이클 선수 사고소식을 접했다. 그러던 중 기사에 달린 ‘자전거가 차도로 다녔으니 사고를 당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식의 댓글에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며 말문을 뗐다. 이재용 씨는 “단거리 이용자 중심으로 설계된 현재의 자전거도로는 중장거리 이용자로써는 이용이 곤란하다. 그러기에 차도를 사용하는 것임을 운전자들이 알아주길 바랬다”며, “정부에서 자전거도 차에 속하며 차도로 달리는 것이 합당하다는 사실을 알리는 공익광고를 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결국 직접 나서보자는 생각에 스티커 제작을 결심하게 되었다”고 스티커를 배포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이재용 씨는 동호인들의 후원과 3M사(社)의 지원을 받아 Share the Road 스티커 1,000장을 제작, 배포했다.

◇ 이재용 씨가 스티커 분양을 추진하며 올린 페이스북 게시물. 100장으로 기획된 스티커제작은 스티커 전문업체의 지원으로 1,000장 제작되었고, 많은 동호인들에게 분양되어 여러 인증샷이 올라왔다. ⓒ 이재용 씨 페이스북


Share the Road는 스티커 붙이기 캠페인으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현재 도내 각 지역마다 동호회 차원의 13개 노선의 바이크버스가 운영 중인 것. 자발적으로 모인 이들은 단체로 출퇴근을 함께 하며, 자전거도 도로의 주인임을 몸소 알리고 있다. 5년가량의 자전거 출퇴근을 하다 올해 초 안양 710 바이크버스에 참여했다는 조용석씨는 “바이크버스가 많이 알려짐에 따라 점차 차량 운전자들의 양보를 받고 있다”며 도로에서 자전거의 지위가 많이 안정되고 있음을 밝혔다. 하지만 “정작 인도 위에 설치된 자전거전용보도는 보행자들이 침범하여 이용이 어렵다”며 사용자 중심의 자전거 전용도로 설치를 강조하였다.

◇ 출근시간, 안양-과천 구간을 기자와 동행한 안양바이크버스. 매일 열 명에서 스무 명 정도의 직장인이 차량 대신 자전거를 이용해 안양-과천 구간을 동행한다. ⓒ 오세성 기자


졸속공사, 관리부실, 노선부족, 보행자의 침범, 가짜 자전거도로. 시군별로 들쭉날쭉 만들어진 자전거도로는 총체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었다. 이용할 수 없는, 이용하기 어려운 자전거도로는 과연 자전거도로일까. 경기도가 2011-2020 종합계획을 통해 자전거를 권장하는 정책을 편다면, 그에 따라 자전거를 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정책이 제대로 수반되어야 한다. 타 수단과 충돌 없는 안전한 전용자전거도로 구축하겠다는 경기도의 광역 자전거도로망 계획은 전시행정으로 얼룩진 지자체의 자전거도로 공사로 좌절되고 있으며, 이것이 계속된다면 도민들의 자전거 이용은 더욱 어려워 질 것이고 무동력 무탄소 교통수단으로써의 자전거 활용은 요원해 질 것이다. (2부에서 계속)

ⓒG뉴스플러스뉴스 | 경기도대학생기자단 오세성 기자 ynosaris@naver.com
입력일 : 2012.08.01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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