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와 보행자가 동행하는 천변자전거도로, 과연 안전한가?
- 【기획취재】경기도, 자전거 얼마나 타봤니? ②
대학생기자단 교통분과 기획시리즈 - 경기도, 자전거 이용 활성화 정책 집중 점검
지난 2011년, 경기도는 종합개발계획을 통해 경기도 발전의 청사진을 그렸다. 그 내용 중에는 자동차 위주의 교통체계와 그로 인해 과도하게 높아진 승용차 의존도를 지적하며 무동력 친환경 교통수단인 자전거 이용을 활성화 하겠다는 계획이 포함되어 있었다. 해당 내용에서는 현행 자전거 도로 대부분이 보도를 양분한 것으로 현실적인 이용가치가 없고, 되려 위협요인이 된다고 밝힌 바 있다. 그에 따라 경기도는 자전거를 자동차와 동등한 교통수단으로 격상하고 타 수단과 충돌 없는 안전한 전용차로와 신호를 설치하며 도내 전 지역을 연결하는 방사형, 환상형 자전거도로망을 구축하겠다고 밝혔으며 많은 시군이 자전거 중심의 녹색교통도시를 표방하였다. 경기도 종합개발계획이 2012년 2월 국토부의 최종 승인을 받고 시행 6개월이 되어가는 지금, 이 계획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점검해보았다.
경기도대학생기자단 교통분과장 오세성 기자가 두 달여에 걸쳐 집중취재한 이번 시리즈는 지난달 소개한 1부 기사(자전거가 설 곳 없는 경기도 자전거도로)에, 이어 이번 2부 기사에서는 경기도민이 여가 및 운동 등, 야외활동에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거주지 주변 하천변 자전거도로를 점검해보았다. 본 시리즈는 1부와 2부에 걸쳐 자전거도로의 하드웨어 측면을 점검하고, 3부를 통해 시·도 주민을 대상으로 한 자전거 이용에 관련한 교통안전교육의 소프트웨어 측면을 검토할 예정이다. 본 기사를 통해 경기도의 자전거 이용 활성화 정책이 보다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가길 바란다. (편집자 주)
흔히 생각하는 ‘자전거 타는 장소’라고 하면 인도와 차도에 설치된 자전거도로가 아니면 하천변의 자전거도로를 생각한다. 1부에서 인도와 차도에 설치된 자전거도로를 살펴보았으니 2부에서는 하천변 자전거도로를 살펴보기로 하였다. 일반 자전거도로도 마찬가지이지만, 천변 자전거도로에도 두 가지 중요한 요소가 있다.
첫째, 타 운행수단과의 충돌이 없는 안전한 도로인가? 천변 자전거도로에서 충돌이 가능한 운행수단은 보행자와 자전거이다. 보행자와 자전거의 충돌은 일견 대수롭지 않아 보일 수도 있다. 자전거의 속도는 차량보다 느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로교통공단의 통계에 따르면 2008년부터 자전거 교통사고가 매해 1만 건을 넘어서고 있으며 사망자는 매해 3백 명 정도에 이르고 있다. 또한 전체 사고에서 4%의 비중을 차지하는 자전거 대 사람 사고에서 사고 백 건당 한 명 가량이 사망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단순 통계로만 본다면 매년 네 명이 자전거 사고로 사망하는 셈이다. 따라서 보행자와 자전거의 영역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분리했느냐가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둘째, 도로 자체의 안전성이 확보되었는가? 깨끗한 노면과 시야의 확보는 도로 자체의 안전성에 결정적으로 작용하는 요소이다. 급격한 회전코스로 시야확보가 되지 않거나 노면상태가 불량해 접지력이 낮아질 경우, 다른 자전거 혹은 보행자와 충돌하거나 미끄러져 부상을 입을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다른 자전거와의 추돌, 충돌사고는 전체 자전거 사고의 95%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또한 차량 단독사고는 전체 사고의 1%에 불과하지만 치사율이 9.4로 가장 높아 그 위험성을 잘 인식해야 한다. 따라서 이러한 안전성이 얼마나 확보되었느냐 하는 기준을 두고 여러 천변자전거도로를 검토하였으며, 그 결과 도내 천변 자전거도로는 대강의 유형으로 나눌 수 있었다.
“이곳은 자전거만 들어올 수 있는 곳입니다”
첫째로 나타나는 유형은 보행자의 접근이 차단된 자전거전용도로이다. 자전거전용도로는 본래 보행자의 접근이 허용되지 않는다. 도로교통법상의 ‘전용도로’에 해당하기 때문. 하지만 보행자의 접근이 용이한 곳에 설치한 자전거도로는 자전거전용도로라 하더라도 보행자가 쉽게 침범하고 만다.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 자전거전용도로에 대한 지위가 제대로 확립되어있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보행자의 침범을 막기 위해서는 물리적, 심리적으로 보행자가 접근하기 어려운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물리적인 환경의 조성은 남한강과 북한강, 보통천 자전거도로를 대표적인 사례로 볼 수 있다. 위의 자전거도로는 자전거도로에 대한 접근이 보행을 통해서는 상당히 어렵게 설계되어있다. 인근에 공원과 같은 산책을 위한 장소도 없는, 비교적 외진 장소에 있으며 중간 중간 있는 휴식공간 사이의 거리도 매우 멀어 물리적인 환경 자체가 보행자의 이용에 적합하지 않다. 따라서 보행자의 침범없이 자전거만의 이용이 가능한 장소이다.
심리적인 환경의 조성은 안양천 일부구간과 탄천 그리고 아라자전거길이 대표적인 사례가 된다. 이 천변자전거도로들은 보행자가 다니는 보도와 자전거전용도로를 연석을 통해 분리하였으며 동시에 보행자가 다닐 수 있는 충분한 폭의 보행자전용로를 구축해두었다. 물리적으로 두 길이 분리되어 있으므로 자전거 이용자는 보도로의 침범이 불편해지며 보행자는 자전거전용도로를 침범하는데 심리적인 부담감을 느끼게 된다. 더군다나 넓은 폭의 보행자전용로도 있으니 굳이 침범을 할 이유가 사라지게 된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 자전거와 보행자는 상호 충돌의 위험없이 안전한 통행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자전거 도로에도 문제는 있었다. 보행자와의 충돌 가능성은 효과적으로 감소시켰지만 문제는 일부 도로의 편의시설과 재질이다. 아라자전거길의 경우 조명시설이 부족하여 야간에 한치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 발생한다. 더군다나 올해 중순에는 변사체가 발견되기도 하는 등, 자전거 이용자들에게는 인적이 뜸하고 어두워서, 밤에 다니기 무서운 도로로 인식되고 있다. 남한강 자전거길과 북한강 자전거길의 경우 일부 구간을 콘크리트로 포장하여 노면이 거칠고 쉽게 손상이 발생했다. 공사시 발생한 이음매 사이가 매끄럽지 못하며 균열이 쉽게 발생하여 콘크리트 부스러기가 발생하는 등의 문제는 일부 자전거에 있어 치명적일 수 있다. 장거리를 다니며 높은 속도를 유지하는 로드자전거와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하이브리드자전거와 같이 충격을 흡수하는 서스펜션이 없고 타이어 폭이 좁은 상당수의 자전거들은 노면의 환경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 노면에서 충격을 받을 경우 서스펜션장치가 있거나 타이어 폭이 넓은 자전거들에 비하여 탑승자가 큰 충격을 받게 되며, 그 충격이 안장에 집중될 경우 통증으로 인해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다. 또한 노면상태에 따라 미끄러져 낙차사고가 발생할 확률도 상당히 높은 편이다. 따라서 쾌적한 주행환경을 제공하는 아스팔트 포장과 주기적인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라 할 수 있다.
“줄만 그어놓은 자전거전용도로”
목감천과 안양천 일부 구간은 노면 포장을 달리하여 보행자와 자전거를 구분해두었다. 하지만 이러한 천변자전거도로의 경우 도로의 구분이 일방의 통행이 불편할 경우 쉽게 무시되어 보행자와 자전거 모두 노선을 이탈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보행자도로와 자전거도로 모두 통행에 편리하도록 폭이 넓어야 한다는 것이다. 목감천의 경우 두 도로를 눈에 잘 띄게 구분하고, 자전거와 보행자 모두 편히 다닐 수 있는 폭을 확보하여 그나마 안전하지만, 안양천의 경우 천변도로를 반으로 갈라놓아 보행자에게는 애매하게 넓고 자전거에게는 좁은 상황이 되었다. 이러한 경우 자전거 이용자들은 차대차 추돌사고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보행자의 영역을 침범하게 되며, 자전거의 침범이 늘어남에 따라 보행자 역시 자전거의 영역을 침범하게 된다. 자전거의 속도와 순간적인 제동의 어려움, 보행자의 예측 불가능한 보행방향 변경 등을 고려한다면 쉽게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런 자전거 도로들은 우레탄 바닥재로 시공이 되어있는 경우가 많다. 우레탄 바닥재의 경우 투습력이 뛰어나 도심 자전거도로에 쓰이는 포장재질로, 푹신한 감촉이 나며 우천시 비를 많이 흡수하는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얼핏 장점처럼 보이는 이러한 면들이 큰 단점으로 지적된다. 푹신한 재질은 자전거 이용자들에게 ‘힘을 빼앗는다’며 기피하는 대상이고, ‘걷는데 푹신하다’며 보행자들이 선호하기에 자전거도로로 보행자가 조깅을 하는 상황이 연출되고 만다. 또한 우천시마다 부풀어 오르는 우레탄은 쉽게 손상이 발생하여 매우 불량한 노면상태를 띄기 쉽다. 장마로 인해 하천 수위가 높아질 경우, 우레탄 포장이 된 자전거도로는 부풀어 올라 이음매가 돌출되거나 깨져나가게 된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우레탄 바닥재는 2년마다 교체를 해야 하기에 예산낭비가 심각한 수준이라 할 수 있다.
“보행자도, 자전거도 위험한 도로”
안양천 일부구간과 양재천, 학의천, 화정천 자전거도로의 경우 자전거도로라는 말이 무색한 상태이다. 보행자와 자전거의 영역을 구분해주는 선조차 없는 것이다. 도로 중간 중간 있는 자전거 표시만이 이곳에 자전거가 다닐 수 있음을 나타낼 뿐이다. 자전거 사고의 위험성을 모르는 것일까? 자전거도로를 보행자 산책로와 동일한 것으로 인식하는 곳도 있었다. 이러한 도로들은 안전을 위한 아무런 표시도 해두지 않기에 우측통행 등 최소한의 규칙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좌측으로, 우측으로 대중없이 다니는 보행자들 사이를 속도 빠른 자전거가 좌우로 휙휙 스쳐지나가는 모습은 마치 차선을 넘나드는 오토바이 폭주족을 연상케 한다. 그러한 모습을 보고있자면, 보행자와 자전거 사이에 사고가 나면 어쩌나 하는 우려부터 앞서게 된다.
실제로 함께 모여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는 사람들의 모임인 안양 710바이크버스 이용자들은 그 위험성에 대해 크게 경고하고 있다. 출근시간에는 사람이 적어 큰 문제가 없지만, 퇴근을 하는 시간에는 조깅을 하는 보행자가 많으며 여럿이 횡대로 길을 막고 다니는 경우도 흔하다고 한다. 5년째 안양천과 학의천을 이용해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는 조용석 씨는 “자전거 도로에서 조깅을 하는 보행자가 많다”며 “지나가겠습니다, 잠시만 비켜주세요 등의 말은 물론 벨을 울려도 길을 막고 비켜주지 않는 경우도 많이 보았고, 좌우 구분 없이 조깅을 하는 사람들이 뛰어다녀 자전거를 타면 쉽게 사고가 나게 된다. 결국 불편하더라도 차도를 이용하게 된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이런 상황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어떻게 될까? 대부분의 경우 약자보호의 원칙에 의하여 자전거가 ‘과속을 했다’거나 ‘위험운전을 했다’는 이유로 책임을 지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서의 사고가 자전거 이용자와 보행자만의 책임일까? 사고 원인을 제공한 것은 무책임하게 도로를 만들어 놓은 지자체가 아닌가. 지자체에서는 어째서 자전거와 보행자의 진로를 구분해놓지 않은 것일까. 안양천 일부 구간은 정비가 잘 되어있는 반면, 안양천 일부 구간과 학의천은 분리조차 되어있지 않은 이유가 무엇이냐는 물음에 대하여 안양시 하천관리과 정상만 주무관은 “안양천 일부구간에 대한 분리공사가 계획 중에 있다”며, “9월 중에 착공할 예정으로 공사가 완료되면 보다 이용이 편리해질 것”이라 알려주었다. 그러나 학의천의 경우 “자전거도로와 보행자도로를 분리하기에는 고수부지 폭이 좁으며, 생태복원에 중점을 둔 하천이라 고수부지 폭을 넓히는 공사를 하는 것에는 부정적”이라는 답변을 주었다. 환경보전은 중요한 문제이다. 하지만 사람의 안전은 쉽게 양보할 수 없는 문제이다. 도로 폭을 넓히는 방법 외에 다른 방법을 찾아볼 수는 없을까? 공간이 부족하다면 하천의 왼쪽은 보행자 전용으로, 오른 쪽은 자전거 전용으로 이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천변 자전거도로는 현란한 복장을 입은 일부 자전거 동호인들만의 공간이 아니다. 자전거를 타고 등교 하는 학생들과 자전거를 이용해 운동을 하는 시민들, 그리고 휠체어를 이용해야하는 장애인들에게도 천변 자전거도로는 매우 중요한 도로이다. 두 바퀴를 사용하는 다양한 사람들에게 천변 자전거도로는 매연을, 차량이라는 위험을, 울퉁불퉁한 보도를 피하게 해주는 곳이다. 이러한 천변 자전거도로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보다 안전하고 쾌적한 자전거도로를 만들기 위해 모든 관계자들이 노력해야 할 것이다. (3부에서 계속)
경기도대학생기자단 교통분과장 오세성 기자가 두 달여에 걸쳐 집중취재한 이번 시리즈는 지난달 소개한 1부 기사(자전거가 설 곳 없는 경기도 자전거도로)에, 이어 이번 2부 기사에서는 경기도민이 여가 및 운동 등, 야외활동에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거주지 주변 하천변 자전거도로를 점검해보았다. 본 시리즈는 1부와 2부에 걸쳐 자전거도로의 하드웨어 측면을 점검하고, 3부를 통해 시·도 주민을 대상으로 한 자전거 이용에 관련한 교통안전교육의 소프트웨어 측면을 검토할 예정이다. 본 기사를 통해 경기도의 자전거 이용 활성화 정책이 보다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가길 바란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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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과 조화된 천변길은 통행 자체로 힐링이고 기쁨이다. 이왕 만드는 자전거도로가 환경과 안전을 충분히 고려되어 완성되기를 바란다. 사진은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북한강 자전거도로. ⓒ 오세성 기자 |
흔히 생각하는 ‘자전거 타는 장소’라고 하면 인도와 차도에 설치된 자전거도로가 아니면 하천변의 자전거도로를 생각한다. 1부에서 인도와 차도에 설치된 자전거도로를 살펴보았으니 2부에서는 하천변 자전거도로를 살펴보기로 하였다. 일반 자전거도로도 마찬가지이지만, 천변 자전거도로에도 두 가지 중요한 요소가 있다.
첫째, 타 운행수단과의 충돌이 없는 안전한 도로인가? 천변 자전거도로에서 충돌이 가능한 운행수단은 보행자와 자전거이다. 보행자와 자전거의 충돌은 일견 대수롭지 않아 보일 수도 있다. 자전거의 속도는 차량보다 느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로교통공단의 통계에 따르면 2008년부터 자전거 교통사고가 매해 1만 건을 넘어서고 있으며 사망자는 매해 3백 명 정도에 이르고 있다. 또한 전체 사고에서 4%의 비중을 차지하는 자전거 대 사람 사고에서 사고 백 건당 한 명 가량이 사망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단순 통계로만 본다면 매년 네 명이 자전거 사고로 사망하는 셈이다. 따라서 보행자와 자전거의 영역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분리했느냐가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 시야확보가 되지 않는 자전거 도로에서는 반대편에서 어떤 물체가 다가오고 있는지 확인이 되지 않아 위험하다. 노면 상태가 나쁘다면 그 위험성은 더욱 증가한다. 사진은 의왕시의 안양천 자전거도로. ⓒ 오세성 기자 |
둘째, 도로 자체의 안전성이 확보되었는가? 깨끗한 노면과 시야의 확보는 도로 자체의 안전성에 결정적으로 작용하는 요소이다. 급격한 회전코스로 시야확보가 되지 않거나 노면상태가 불량해 접지력이 낮아질 경우, 다른 자전거 혹은 보행자와 충돌하거나 미끄러져 부상을 입을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다른 자전거와의 추돌, 충돌사고는 전체 자전거 사고의 95%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또한 차량 단독사고는 전체 사고의 1%에 불과하지만 치사율이 9.4로 가장 높아 그 위험성을 잘 인식해야 한다. 따라서 이러한 안전성이 얼마나 확보되었느냐 하는 기준을 두고 여러 천변자전거도로를 검토하였으며, 그 결과 도내 천변 자전거도로는 대강의 유형으로 나눌 수 있었다.
“이곳은 자전거만 들어올 수 있는 곳입니다”
첫째로 나타나는 유형은 보행자의 접근이 차단된 자전거전용도로이다. 자전거전용도로는 본래 보행자의 접근이 허용되지 않는다. 도로교통법상의 ‘전용도로’에 해당하기 때문. 하지만 보행자의 접근이 용이한 곳에 설치한 자전거도로는 자전거전용도로라 하더라도 보행자가 쉽게 침범하고 만다.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 자전거전용도로에 대한 지위가 제대로 확립되어있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보행자의 침범을 막기 위해서는 물리적, 심리적으로 보행자가 접근하기 어려운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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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로를 활용한 보통천 자전거도로(갯골 그린웨이). 해당 자전거도로는 농업용 도로를 활용한 것으로, 자전거 전용도로는 아니다. 하지만 농업용 차량의 통행량이 적고, 도로도 깔끔하며 주변의 풍경이 아름다워 많은 호평을 받고 있다. ⓒ 오세성 기자 |
물리적인 환경의 조성은 남한강과 북한강, 보통천 자전거도로를 대표적인 사례로 볼 수 있다. 위의 자전거도로는 자전거도로에 대한 접근이 보행을 통해서는 상당히 어렵게 설계되어있다. 인근에 공원과 같은 산책을 위한 장소도 없는, 비교적 외진 장소에 있으며 중간 중간 있는 휴식공간 사이의 거리도 매우 멀어 물리적인 환경 자체가 보행자의 이용에 적합하지 않다. 따라서 보행자의 침범없이 자전거만의 이용이 가능한 장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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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탄천 자전거도로(上)와 아라자전거도로(中), 안양천 자전거도로(下). 이곳은 공간이 넓어 자전거와 보행자의 영역을 충분히 분리시켰다. 이러한 곳에서 자전거와 보행자의 충돌 위험은 없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 오세성 기자 |
심리적인 환경의 조성은 안양천 일부구간과 탄천 그리고 아라자전거길이 대표적인 사례가 된다. 이 천변자전거도로들은 보행자가 다니는 보도와 자전거전용도로를 연석을 통해 분리하였으며 동시에 보행자가 다닐 수 있는 충분한 폭의 보행자전용로를 구축해두었다. 물리적으로 두 길이 분리되어 있으므로 자전거 이용자는 보도로의 침범이 불편해지며 보행자는 자전거전용도로를 침범하는데 심리적인 부담감을 느끼게 된다. 더군다나 넓은 폭의 보행자전용로도 있으니 굳이 침범을 할 이유가 사라지게 된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 자전거와 보행자는 상호 충돌의 위험없이 안전한 통행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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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콘크리트로 포장된 북한강 자전거도로와 조명시설이 없는 남한강 자전거도로의 모습. ⓒ 오세성 기자 |
하지만 이러한 자전거 도로에도 문제는 있었다. 보행자와의 충돌 가능성은 효과적으로 감소시켰지만 문제는 일부 도로의 편의시설과 재질이다. 아라자전거길의 경우 조명시설이 부족하여 야간에 한치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 발생한다. 더군다나 올해 중순에는 변사체가 발견되기도 하는 등, 자전거 이용자들에게는 인적이 뜸하고 어두워서, 밤에 다니기 무서운 도로로 인식되고 있다. 남한강 자전거길과 북한강 자전거길의 경우 일부 구간을 콘크리트로 포장하여 노면이 거칠고 쉽게 손상이 발생했다. 공사시 발생한 이음매 사이가 매끄럽지 못하며 균열이 쉽게 발생하여 콘크리트 부스러기가 발생하는 등의 문제는 일부 자전거에 있어 치명적일 수 있다. 장거리를 다니며 높은 속도를 유지하는 로드자전거와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하이브리드자전거와 같이 충격을 흡수하는 서스펜션이 없고 타이어 폭이 좁은 상당수의 자전거들은 노면의 환경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 노면에서 충격을 받을 경우 서스펜션장치가 있거나 타이어 폭이 넓은 자전거들에 비하여 탑승자가 큰 충격을 받게 되며, 그 충격이 안장에 집중될 경우 통증으로 인해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다. 또한 노면상태에 따라 미끄러져 낙차사고가 발생할 확률도 상당히 높은 편이다. 따라서 쾌적한 주행환경을 제공하는 아스팔트 포장과 주기적인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라 할 수 있다.
“줄만 그어놓은 자전거전용도로”
목감천과 안양천 일부 구간은 노면 포장을 달리하여 보행자와 자전거를 구분해두었다. 하지만 이러한 천변자전거도로의 경우 도로의 구분이 일방의 통행이 불편할 경우 쉽게 무시되어 보행자와 자전거 모두 노선을 이탈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보행자도로와 자전거도로 모두 통행에 편리하도록 폭이 넓어야 한다는 것이다. 목감천의 경우 두 도로를 눈에 잘 띄게 구분하고, 자전거와 보행자 모두 편히 다닐 수 있는 폭을 확보하여 그나마 안전하지만, 안양천의 경우 천변도로를 반으로 갈라놓아 보행자에게는 애매하게 넓고 자전거에게는 좁은 상황이 되었다. 이러한 경우 자전거 이용자들은 차대차 추돌사고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보행자의 영역을 침범하게 되며, 자전거의 침범이 늘어남에 따라 보행자 역시 자전거의 영역을 침범하게 된다. 자전거의 속도와 순간적인 제동의 어려움, 보행자의 예측 불가능한 보행방향 변경 등을 고려한다면 쉽게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음을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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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감천 자전거도로와 안양천 자전거도로. ⓒ 오세성 기자 |
이런 자전거 도로들은 우레탄 바닥재로 시공이 되어있는 경우가 많다. 우레탄 바닥재의 경우 투습력이 뛰어나 도심 자전거도로에 쓰이는 포장재질로, 푹신한 감촉이 나며 우천시 비를 많이 흡수하는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얼핏 장점처럼 보이는 이러한 면들이 큰 단점으로 지적된다. 푹신한 재질은 자전거 이용자들에게 ‘힘을 빼앗는다’며 기피하는 대상이고, ‘걷는데 푹신하다’며 보행자들이 선호하기에 자전거도로로 보행자가 조깅을 하는 상황이 연출되고 만다. 또한 우천시마다 부풀어 오르는 우레탄은 쉽게 손상이 발생하여 매우 불량한 노면상태를 띄기 쉽다. 장마로 인해 하천 수위가 높아질 경우, 우레탄 포장이 된 자전거도로는 부풀어 올라 이음매가 돌출되거나 깨져나가게 된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우레탄 바닥재는 2년마다 교체를 해야 하기에 예산낭비가 심각한 수준이라 할 수 있다.
◇ 우레탄의 투습력으로 인해 상습 침수구간이 된 의왕시의 안양천 자전거도로. 이 구간을 자전거로 통학하는 진승우(25)씨는 “여기는 비가 오지 않더라도 물이 고여 있는 경우가 많다. 날씨 문제가 아니라 공사를 잘못한 것”이라며 불만을 드러냈다. 7월 중순 기자가 찾아간 날도 나흘째 맑은 날이었지만 해당 구간에는 물이 고여 있고, 이끼류도 많이 생겨있었다. ⓒ 오세성 기자 |
“보행자도, 자전거도 위험한 도로”
안양천 일부구간과 양재천, 학의천, 화정천 자전거도로의 경우 자전거도로라는 말이 무색한 상태이다. 보행자와 자전거의 영역을 구분해주는 선조차 없는 것이다. 도로 중간 중간 있는 자전거 표시만이 이곳에 자전거가 다닐 수 있음을 나타낼 뿐이다. 자전거 사고의 위험성을 모르는 것일까? 자전거도로를 보행자 산책로와 동일한 것으로 인식하는 곳도 있었다. 이러한 도로들은 안전을 위한 아무런 표시도 해두지 않기에 우측통행 등 최소한의 규칙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좌측으로, 우측으로 대중없이 다니는 보행자들 사이를 속도 빠른 자전거가 좌우로 휙휙 스쳐지나가는 모습은 마치 차선을 넘나드는 오토바이 폭주족을 연상케 한다. 그러한 모습을 보고있자면, 보행자와 자전거 사이에 사고가 나면 어쩌나 하는 우려부터 앞서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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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전거도로와 보행자도로가 구분되어있지 않은 안양천, 양재천, 화정천, 학의천(시계방향). 양재천의 경우 하천 안내도에서 ‘자전거도로(산책로)’ 라고 표기하고 있어 자전거도로와 보행자 산책로에 대한 구분이 없음이 나타난다. ⓒ 오세성 기자 |
실제로 함께 모여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는 사람들의 모임인 안양 710바이크버스 이용자들은 그 위험성에 대해 크게 경고하고 있다. 출근시간에는 사람이 적어 큰 문제가 없지만, 퇴근을 하는 시간에는 조깅을 하는 보행자가 많으며 여럿이 횡대로 길을 막고 다니는 경우도 흔하다고 한다. 5년째 안양천과 학의천을 이용해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는 조용석 씨는 “자전거 도로에서 조깅을 하는 보행자가 많다”며 “지나가겠습니다, 잠시만 비켜주세요 등의 말은 물론 벨을 울려도 길을 막고 비켜주지 않는 경우도 많이 보았고, 좌우 구분 없이 조깅을 하는 사람들이 뛰어다녀 자전거를 타면 쉽게 사고가 나게 된다. 결국 불편하더라도 차도를 이용하게 된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 안양천, 학의천, 양재천을 이용해 출퇴근을 하는 안양 710바이크버스. 그들은 자전거와 보행자가 분리되지 않은 길의 경우 아침에는 길이 한산하여 큰 문제가 없지만 저녁이 되면 보행자가 많아져 위험이 급증한다고 증언한다. ⓒ 오세성 기자 |
이런 상황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어떻게 될까? 대부분의 경우 약자보호의 원칙에 의하여 자전거가 ‘과속을 했다’거나 ‘위험운전을 했다’는 이유로 책임을 지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서의 사고가 자전거 이용자와 보행자만의 책임일까? 사고 원인을 제공한 것은 무책임하게 도로를 만들어 놓은 지자체가 아닌가. 지자체에서는 어째서 자전거와 보행자의 진로를 구분해놓지 않은 것일까. 안양천 일부 구간은 정비가 잘 되어있는 반면, 안양천 일부 구간과 학의천은 분리조차 되어있지 않은 이유가 무엇이냐는 물음에 대하여 안양시 하천관리과 정상만 주무관은 “안양천 일부구간에 대한 분리공사가 계획 중에 있다”며, “9월 중에 착공할 예정으로 공사가 완료되면 보다 이용이 편리해질 것”이라 알려주었다. 그러나 학의천의 경우 “자전거도로와 보행자도로를 분리하기에는 고수부지 폭이 좁으며, 생태복원에 중점을 둔 하천이라 고수부지 폭을 넓히는 공사를 하는 것에는 부정적”이라는 답변을 주었다. 환경보전은 중요한 문제이다. 하지만 사람의 안전은 쉽게 양보할 수 없는 문제이다. 도로 폭을 넓히는 방법 외에 다른 방법을 찾아볼 수는 없을까? 공간이 부족하다면 하천의 왼쪽은 보행자 전용으로, 오른 쪽은 자전거 전용으로 이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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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로교통공단이 발표한 자전거 사고율. 가벼운 사고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크게 부상을 입는 경우들이 많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사고 위험을 줄여야 자전거 이용자들이 늘어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차도는 물론, 천변 자전거길에 대한 정비도 시급하다 할 수 있다. ⓒ 도로교통공단 |
천변 자전거도로는 현란한 복장을 입은 일부 자전거 동호인들만의 공간이 아니다. 자전거를 타고 등교 하는 학생들과 자전거를 이용해 운동을 하는 시민들, 그리고 휠체어를 이용해야하는 장애인들에게도 천변 자전거도로는 매우 중요한 도로이다. 두 바퀴를 사용하는 다양한 사람들에게 천변 자전거도로는 매연을, 차량이라는 위험을, 울퉁불퉁한 보도를 피하게 해주는 곳이다. 이러한 천변 자전거도로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보다 안전하고 쾌적한 자전거도로를 만들기 위해 모든 관계자들이 노력해야 할 것이다. (3부에서 계속)
ⓒG뉴스플러스뉴스 | 경기도대학생기자단 오세성 기자 ynosaris@naver.com
입력일 : 2012.09.04 09:26
http://gnews.gg.go.kr/news/news_detail.asp?number=201209040932184869C056&s_code=C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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